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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가재걸음'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계, 우리는 가재걸음 중이다!

kimdirector 2021. 9. 30. 08:03 

 

 

 

 

가재걸음

세계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

A Passo Di Gambero

 

저 움베르토 에코 / 역 김희정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5일 / 인문학

 

독서기간 : 2021.09.10 ~ 09.30

 

 

 

 


 

 

 

 

내가 두번째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제0호'에서 보였듯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을 통해 진정성있는 지성인으로 이해하고 있던 나에게 두 번째 읽은 책 <<가재걸음>>  또한, 그러한 맥락의 괘를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에게는  또 다른 지식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시대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문서이지 않난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했다.

 

《가재걸음》은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2000년 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와 주간지에 기고했던 컬럼과 학회 세미나, 토론회에서 발표한 것 들 중에서 정치와 대중매체에 연관된 것들을 모아서 출간된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근대 역사의 흐름과 비교하며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고, 역사의 흐름에 거슬러 역행하는 세계를 조명하며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키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뒷걸음질 치는 가재를 빗대어 뒤로 가고 있는 현시대의 흐름을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출판연도를 알 수 있듯이 조금은 철 지난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을 테지만, 대체적으로 현시대의 세계사 흐름을 반영하려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시대적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의 근대 역사와 비교하며 현시대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다양한 주제의식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상황과 맞물려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정치적 상황, 전쟁, 교육, 법률, 사회 등의 다양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미디어 매체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고, 비평가적인 작가의 과거 직업적 정신이 녹아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가재걸음》에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치와 미디어의 큰 흐름을 대체적으로 많이 다루고 있고, 그 속에서 전쟁을, 과학을, 이민족 사회, 교육 등의 수많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상관이 없을 법한 문제의식들을 정치와 미디어라는 흐름 속에 적절히 녹여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 식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결국 모든 문제의식은 정치에서 시작해서 미디어로 풀어간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정치적 문제의식들을 미디어에서 어떻게 풀어서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디어는 편향적이지 않고 올바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세상에 날카롭게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 이유의 근거를 탁월한 분석과 해박한 지식을 이용한 날카로운 해석에 두고 현시대적 상황을 냉철한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 한권으로 세계사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뀌게 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를  '비판은 엄격하고 무자비해야 한다'라는 일종의 전제를 깔고 있으며, 이유 타당한 근거를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설명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비판할 권리를 가지지만 비판의식이 대중을 납득시키거나 설득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 만큼은 비판적 근거의 설득력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저자의 탁월한  비판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비판은 통렬하게 하고 비판적 시각의 분석은 날카롭게 하고 있는 것이 '움베르토 에코'만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대 세계사를 논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 사회 문제들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게 이 책의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의 출생이 이탈리아이고 주 활동하는 곳이 이탈리아이다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탈리아의 정치, 사회의 전반적인 이해도와 다양한 인물들을 이야기는 장에서는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재걸음》의 대부분은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주간지에 실린 실제 칼럼들이기에 당시의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을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를 이끌던 베를루스코니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많이 다루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집권 전부터 많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정권을 잡은 뒤에도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미디어 포플리즘'에 빗대어 비판적 시각을 다루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정치적 문제의식을 얘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이탈리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정치와 미디어는 태생적으로 밀착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의 마지막에서 새롭게 다가 올 천년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새로운 천 년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남기는 애정 어린 당부를 얘기하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죽음을 사유하며 자신의 죽음 이후를 담담하게 얘기하는 부분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소개해 본다.

 

"내가 죽음을 떠올리며 느꼈던 슬픔에 의심이 들기 시작할 것이고, 보물 같은 내 경험들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상실감은 내가 살아남음으로써 숨 막힐 듯하고, 시들하고, 곰팡내 나는 경험들이 짜증스러워진다고 느끼는 감정과 같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는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 병 속의 편지를 남기면서, 성 프란체스코가 자매라고 불렀던 죽음을 기다리듯이 나에게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 《가재걸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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