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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문장 하나하나에 담은 공감·연대에 대한 이야기

kimdirector 2021. 10. 21. 08:0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2021

제22회 대상 수상작 '미조의 시대'

 

저 이서수, 김경욱, 김멜라, 박솔뫼, 은희경 / 매일경제신문사

2021년 09월 10일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1.10.12 ~ 10.20

 

 

 

 

 


 

 

 

 

 

 

이효석 문학상이라는 제목을 본지는 한참된 것 같다. 하지만 늘 제목만 보았을 뿐 읽어 보려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쑥스럽도록 부끄럽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효석 수상작들을 모아 출간된 책으로 다양한 수상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으로 잊혀지지 않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이효석 수상작이라고 알았을 때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말에 수많은 수상작들과 작가를 배출해 왔다는 부분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체적으로 수상된 7편의 단편소설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이웃들 속에서 흔하디 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편집이라고 하기에는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의 이야기들이다 보니 이야기 본연의 느낌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거나, 또는 서술적이면서 솔직할 정도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내용이 많아서 작가적인 체험 또는 자신들의 가족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전체적으로 정감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단편소설들의 대부분은 열린 결말들이다 보니 모호하리 만큼 여운이 남는 이야기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는 대상작인 만큼 여느 단편소설들보다도 깊은 여운을 남기도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소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구로공단이라는 현재의 구로 디지털단지 근처에서 친한 언니인 수영을 통해서 노동의 힘겨움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의 팍팍함은 과거 속의 구로공단의 모습과 달라지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미조는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서울에서는 갈 곳 없는 끝까지 서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의 고난 속에서 한 발짝 앞서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속에서 삶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게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욱' 작가의 《타인의 삶》에서는 평생을 양복쟁이로 살아오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어렸을 적의 자신의 과거 속에서 형으로 여겨졌던 객식구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친형인지 배다른 형제인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아버지의 빈소에서 낯선 사람의 모습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와 나란히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삶에 줄자로 반듯하게 재 오차가 없을 것 같지만 여러 갈림길 위에 서서 아들에 대한 믿음이 느껴질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반듯한 줄자와 구불구불한 여러 가지 갈림길 위에서 그 어느 중간쯤에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담백하고 서술적인 문장으로 아들이 생각하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작가의 물음에 깊이 있는 여운을 만들고 있다.

 

'김멜라' 작가의 《나뭇임이 마르고》에서는 장애인인 '체'의 이야기로 주변인에게 진심을 다하는 '체'는 주변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비상한 능력을 만들 수 있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장애인인 '체'와 함께 하는 자신을 '앙헬'(스페인어로 천사)이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자신인 '앙헬'로 하여금 주인공인 '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체'의 말과 행동은 '앙헬'은 쉽게 알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의사소통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체'는 '앙헬'과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앙헬'은 거절한다. 동성결혼이기 때문에 반대하기는 하지만 '앙헬'은 '체'의 곁에서 함께 시간일 보낸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어느샌가 이들의 이야기에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우리 주변에서 조금은 낯선 부분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야기 속에서는 전혀 싫어하지 않을 존재들로 보이기도 한다.

 

이밖에도 '박솔뫼' 작가의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라는 단편에서는 남녀 간의 반복되는 어긋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은희경' 작가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라는 제목의 단편에서는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언제나 자신의 의지로 살아온 이야기를 아들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이는 제목 속의 유정은 어머지의 이름으로 젊었을 시절의 예 연인을 마음 한구석에 담고 있는 어머니, 이렇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아들은 새삼 새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의 역사는 곧 개인의 삶의 자유의 의지를 담고 있고, 그런 자유의 의지는 우리라는 개념보다는 '나'라는 존재의 이미지를 어머니인 유정을 통해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최진영' 작가의 《차고 뜨거운》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에서는 이제 막 딸을 낳은 딸과 친정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모녀 관계는 ‘나는 불행하고 너도 행복할 리 없으니 우리 서로 껴안고 세상을 원망하며 같이 울자는 관계’였던 만큼 어머니는 딸의 결혼에 비관적인 태도를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행복도 불행도 유전되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미움으로 인해 티격태격 하는 사이도 냉온탕을 오가는 의미를 제목에 부여하고 있다.

 

이효석 문학상의 수상작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들과 아버지, 엄마와 딸, 아들과 어머니, 서로 늘 어긋나는 남녀 사이, 친구사이들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이들은 아주 기본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시작하고, 더 나아가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연인관의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게 지탱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보편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관계들을 우리는 가끔은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은 다시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도 삶이라는 커다란 굴레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어 있는 것이 관계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22번째 이효석문학상의 수상작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무척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끔은 자극적이면서도 스펙터클한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도 읽어 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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