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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한 시대의 지혜

kimdirector 2022. 5. 31. 08:03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Parting Words

 

저 벤자민 페렌츠, 나디아 코마미 / 역 조연주 / 양철북 / 2022.01.13 / 인문학

 

독서기간 : 2022.05.19 ~ 05.26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순전히 Cover 이미지 때문이다. 뭔가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이미지는 예전에 읽었던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쉽게 떠올랐다. 그렇게 그냥 한 번에 쭈~욱 읽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이 책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달랐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과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가진 소설이 아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긍정적인 뭔가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쉬운 생각으로 덤벼든 책이다. 어쩌면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은 게 오히려 득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대해서 진지함을 가지게 되었고, 나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까지 나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나 스스로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정도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은 ‘101살의 벤자민 페렌즈'라는 노인이고, 이 노인을 인터뷰했던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엮은 사람이 ‘나디아 코마미’라고 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벤자민 페렌즈라는 인물에 대해서 무지한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서 굳이 따로 주인공에 대해서 몰라도 될 정도다. 이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부이고, 어렸을 때부터의 성장기, 세계 2차 대전, 결혼, 100살이 넘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진행하면서 나름대로의 진지함 속에서 진실한 교훈과 충고를 들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담백하게,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들을 잔잔한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 듯 어느샌가 마음 속에 들어차게 되는 순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 속의 내용은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내용이 장엄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소견들 속에서 덤덤하게 자신이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진심어린 충고들을 독자들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벤자민 페렌즈’의 가난한 이민자의 생활 속에서 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제 형사재판소에서의 삶, 한 세기를 거치며 삶의 경험과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이야기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용기를 주는 모습이 나름대로 진지함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충고를 하면서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의 글이다.

실패를 대비해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직장에서 해고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저축해두었던 돈을 꺼내 쓰고, 가족들과 이사를 가야 하는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또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덜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 초반 어떠한 안전장치도 가질 수 없었던 나는, 어차피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장점 또한 증명할 수 있다. 발아래로는 깎아지른 암벽투성이고, 위로는 세상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기슭에 있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산을 오를 용기와 힘을 찾을 것이다.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게을러질지도 모른다. 필요하고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우리는 더욱더 갈망하고, 더 의욕적이고, 더욱 창의적이며, 더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위의 글과 비슷한 내용으로 연장선에 있는 글이다.

이따금 우리 앞에는 오르고 싶지 않은 사다리가 나타나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 사다리를 오르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며, 사다리 위에 섰을 때 보일 풍경을 싫어하게 될 거라는 뜻 역시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완벽하지 않다고, 우리가 꿈꾸던 것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거부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보람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다른 글을 보면,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잘 짜여진 계획도 어긋나게 마련이다. 지평선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손은 잠시도 운전대를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미래는 알아서 굴러가게 되어 있다.

 

이번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 어느정도 공감되는 글이 아닐까 싶다.

정치인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원래 재선에 더 관심이 있는 이들이며, 이 목표에 무척이나 욕심을 낸다.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부패했다는 게 아니다. 어떤 위치에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싸우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저 자신이 우선이고, 공공의 이익은 훨씬 아래쪽에 둔다. 정치인들에게 계속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가 뽑은 이들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요즘 지방선거로 인해 많은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자신을 알리는 데이 급급하지 말고, 어떤 정책을 가지고 진정성을 보이느냐도 중요한 대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위의 글 속에는 의미 있는 글이 내포되어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듯싶다.

 

위에서 소개하고 있는 글들을 읽었다면 알 수 있듯이 장황되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냥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법한, 그리고 평범한 글에 지나지 않을 이야기일 뿐일 수 있다. 수없이 비슷한 이야기 또는 글들을 봐왔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글 속에서도 각자 느껴는 방법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각자 느끼는 방식이 다를 것이기에, 잔소리처럼 듣기보다는 한 번쯤 나의 삶에 대해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앞으로에 대한 자신만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 보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지 않을까.

 

이 책 속에는 주인공인 ‘벤자민 페렌즈’라는 인물에 대해서 소개하기보다는 그의 자전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미쳐 깨닮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들에 대해서 희망적인 의미를 살피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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