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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바움가트너’ 상실과 애도, 우연과 순간을 만들어 가며 삶에서의 관계와 사랑에 대한 애틋한 사유에 대한 기억

by kimdirector·2025. 8. 4. 08:03·

 

 

 

 

 

바움가트너

Baumgartner

 

저 폴 오스터 · 역 정영목 · 열린책들

2025.04.30 · 영미소설

 

2025.07.30 ~ 08.01 · 5시간 3분

 

 

 

 


 

 

 

 

 

폴 오스터의 네 번째 읽은 소설이기도 하고 그의 마지막 소설인 ‘바움가트너’를 읽게 되었고 폴 오스터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소설이다. 그의 소설들 대부분 장편에 속하는 소설들에 비하면 비교적 많지 않은 분량이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마도 잘못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체 분량은 짧게 느껴지겠지만 내용으로 본다면 다채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폴 오스터의 대부분의 책들은 섬세한 묘사와 주변 환경에 대한 사색이 다양하다는 것과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느낌들이 있는 것이 특징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그대로 간직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소설인 ‘바움가트너’라는 점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는 점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을 다 읽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읽어야 할 소설들이 많이 있지만, 그의 신간 소설을 앞으로 읽지 못한다는 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때문인지 더욱 집중력을 발휘에서 읽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점에서 읽으면 왠지 폴 오스터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일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바움가트너’는 70대 노교수이자 은퇴를 앞두고 있고,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 속의 기억과 현실을 마주하며 애도와 상실, 기억 속 시간의 흐름을 살아가는 의미와 삶의 의미를 폴 오스터 특유의 섬세한 필력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면서 바움가트너에게 자신의 삶 속에 지울 수 없었던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로 기억된 것들을 끄집어내며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바움가트너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과거 속 이야기,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아내와 만나게 된 시절과 결혼, 그리고 40여 년간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바움가트너의 할아버지가 살았을 법한 폴란드의 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아내가 살아생전에 써 놓고 남긴 128편의 시들과 다양한 글들, 바움가트너는 아내의 발표되지 않은 시들을 세상과 접하게 하기 위해 시집을 출간한 이야기들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아내와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슬픔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진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서재 속에는 아내가 사용한 오래된 책상과 의자, 전화기와 타자기, 노트들과 책들을 그대로 간직하며 매일 들여다보며 아내의 흔적들 속에서 회상하는 장면들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활자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것에 진한 애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연결이 끊어진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들리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아내의 음성이 들려올 때도 있을 정도다. 물론 꿈을 꾸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아내의 그리움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움가트너는 죽음에 대한 사적 사유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진 느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들었다는 점을 받아들이며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각자 개인들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점은 자신의 신체적인 변화와 주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얽혀있는 관계와 마주할 삶은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는 관계를 맺을 수 없지만, 기억될 뿐이다라는 점을 인정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이 가지는 뚜렷한 주제의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상실일 것이다. 아내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그리움으로 다가가게 되고, 늘 곁에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빈자리가 되어 버린 의미일 것이다. 때문에 상실감을 덮을 만한 것을 과거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기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때로는 따버린 냄비를 바라보는 것에서, 그리고 서재에서 바라보는 타자기나 노트들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느껴질 법한 과거의 추억 속에서 기억해 내야 하는 것들이 있기에 잠시마나 상실감을 잊게 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바움가트너는 변해 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주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상실과 기억뿐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상실감은 상실감대로 기억 속에 묻어 두고 가끔씩 되새김질하며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때로는 누군가와 헤어지며 살아간다. 소설 말미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것들을 나무에 비유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무는 성장하며 끝없이 가지를 뻗기도 하고 새로운 가지를 만들기도 하고 재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꽃과 열매를 맺기도 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풍성하게 자란 나무는 그늘을 제공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통하며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무의 그늘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기억의 편린들이나 기억의 부속물 속에서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것들에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온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폴 오스터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상적인 문장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이룩했던 깊은 연결은 죽어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으면 산 자가 죽은 자를 삶과 삶이 아닌 것 사이의 일시적 림보 같은 곳으로 계속 들어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자마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죽은 자의 의식은 영원히 소멸한다.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죽어요. 젊어서 죽고, 늙어서 죽고, 쉰여덟에 죽죠. 다만 나는 애나가 그리워요, 그게 전부예요. 애나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고, 이제 나는 애나 없이 계속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해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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