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진화를 개체나 종이 아닌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도킨스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유전자 수준에서 재해석하며, 생명체는 유전자가 자기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생존기계"라고 주장한다. 즉, 개체의 행동과 형질은 종족 전체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유전자 복제 성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역 홍영남, 이상임 · 을유문화사 · 2018.10.20 · 자연과학
2025.08.31 ~ 09.23 · 16시간 23분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왠지 쉽게 읽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다분하게 들었던 터라 몇 번을 망설이며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 씁쓸하게 느꼈다고 보는 나의 마음은 무겁게 와닿았다. 쉽게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을 너무 만만하게 쉽게 접근했다는 생각에서다. 책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궁금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호평을 믿었다. 하지만 나하고는 맞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이 읽어 가면서 점점 명확하게 직감했다. 이 책의 챕터는 전체 13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슬슬 흥미를 잃어가는 시점이 ‘7장 가족계획’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가 예견하 듯 이 책은 자연과학으로 분류되는 책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진화론이나 유전학적인 부분이 흥미를 끌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일반인이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고, 문제없이 술술 읽힐 줄 알았던 생각이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그냥 나하고는 맞지 않은 책이라는 점이 많이 아쉬울 뿐이다.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좋은 내용도 많이 있기에 그리고 호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이 많기에 개인적인 아쉬움보다는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좋은 점만 서술해 볼 참이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아쉬운 점이라든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얘기해 볼 참이다. 이 부분은 순전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는 부분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얘기해 둔다.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이렇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학적 진화를 개체나 종으로 보지 않고, 유전자를 중심에 놓고 해석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연선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한다면 너무 간단한 것일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시작은 그렇게 유전자라는 정의를 전면에 배치하여 진행하면서, 자연과학의 학문적으로 저명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경험과 연구 성과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의 반대되는 학자들의 의견을 반박하기도 하며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쉬운 방식으로 예를 들거나 비유를 하고,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이해력을 요구하고 있다. 유전학적, 진화론적 근거를 찾아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 즉 다양한 동물이나 곤충들의 행동 방식 같은 예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전학적인 해석 방식, 진화론적 해석 방식들이 나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키며,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건들로 인해 읽는 내내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책 속에서 제시된 다양한 동물들은 내가 알고 있는 동물들이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런 동물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개미나 꿀벌, 뻐꾸기 새 등 몇몇 인식하고 있는 동물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동물들에 대한 진화적, 유전자적 근거를 제시하는 상당량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른 견해들일 뿐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인간과 밀접한 동물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보편화된 동물들을 제시했다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이 책에서 얘기하는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유전자 중심의 진화론으로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유전자는 끊임없이 복제를 하며 생존하는데, 이를 ‘생존 기계’에 비유하고 있다. 때문에 유전자는 더 많이 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유전자는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서 진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타적인 행동이라 함은 친족에게 이익을 주는 행동 즉, 혈연 선택이라 명했고, 서로 돕는 전략을 ‘상호적 이타주의’라는 점이 유전자 스스로 보존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고 있다. 또한, 유전자에게 있어 다양한 생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비버의 댐을 만드는 이유와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 밈(meme)에 대한 유래에서 찾고 있는 유전자와 같이 복제하고 변이 하며 선택을 통해서 진화된다는 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 부분으로 관습, 언어, 종교, 등의 다양한 형식의 밈을 예시로 들고 있다. 특히, 밈은 현재의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밈의 맥락을 진화와 유전자 측면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자연선택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이 의외였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기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읽어 갈수록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이타적인 행동에서 유전자의 수준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뿐만 아니라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까지 진화라는 명제에 유전자의 작동방식에까지 확장한 부분들도 있어서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얘기하고 싶어 하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서 책 속에서 그 이유를 얘기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인데, 다시 얘기하자면 모든 생물의 행동은 이기적으로 생존한다는 생각은 인간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충돌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은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무조건 부정적인 의미나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순하게 유전자는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를 하고 생존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적 판단에 기인했다고 하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생존을 위해 가장 이타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가지는 상호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돕는다는 판단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그런 것들 모두는 유전자 차원에서 자기 복제를 위한 선택적 전략의 일부라고 하는 것, 예를 들어서 친척을 돕는다는 행동이나 내 유전자를 공유하는 이들의 생존을 돕는다는 것이라 했고, 이런 부분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다. 즉, 유전자도 살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에 대해서 유전자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나의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기에는 난해한 부분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기 전과 굳이 비교한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이 십수 년간 논란이 되기도 한 부분도 있기에 이 한 권의 책으로 나의 생각이 모조리 바뀠다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려면 공부를 하거나 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다. 정도일 것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하고 있는 책이기에 이런 점도 있고, 이런 연구들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만 하려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의 진화라는 정의는 모든 동식물들은 적응을 위한 과정의 수단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유전자라는 가장 작은 최소 단위의 시점에서 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생존을 위한 복잡한 관계성과 인과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서두에서 얘기한 이 책이 주는 부정적인 부분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꿔 놓은 점도 이 책이 나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
인상적인 문장
도킨스에 의해 이기적이며 불멸의 코일인 자기복제자 유전자(DNA)는 자연선택의 단위로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됐다. 독자들이 도킨스의 풍부한 이론적 정신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생명관과 세계관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도킨스는 우리의 사고를 바꾼 과학자임이 틀림없다.
거짓말쟁이가 대세를 차지하면 선택은 이제 그 속임수를 감지하는 개체를 선호할 것이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는 다시 그 수가 감소할 것이다. 소모전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 아니다. 무표정한 얼굴은 진화적으로 안정하다. 결국 항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나는 또 한 번 ‘의식적 동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아무도 자식들이 자기 몸속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부모를 속인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 그런 종류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거나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이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때 가족 내에서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로 가장 그 수가 많은 것은 유전자, 즉 DNA 분자다. 어떤 다른 것이 그 실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가령 그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다른 여러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것이 진화 과정에 기초가 될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