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개브리얼 제빈, ‘섬에 있는 서점’ 아내의 죽음으로 닫혀 있던 까칠한 서점 주인이 책과 사랑을 통해 다시 삶과 사람과의 관계의 의미를 회복해 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소설

by kimdirector· 2026. 1. 12. 06:01
아내를 잃고 고립된 삶을 살던 서점 주인 에이제이 피크리가 한 아이와 사람들, 그리고 책을 통해 다시 삶과 관계의 의미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외딴섬의 작은 서점을 배경으로, 상실과 고독 속에서도 인간은 이야기와 타인에 의해 다시 연결되고 변화할 수 있음을 조용하고 따뜻한 서정으로 보여준다.

 

 

 

 

 

 

 

 

섬에 있는 서점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2014

 

개브리얼 제빈

역 엄일녀 · 문학동네 · 2017.10.05 · 영미소설

 

2025.12.30 ~ 2026.01.06 · 7시간 41분

 

 

 

 

 

 

‘섬에 있는 서점’은 제목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조금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소설일 듯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소설도 아니다.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고, 나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지만, 그 배경에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끌렸다고 할 수 있겠고, 그 점 때문에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소설이고, 각 장마다 서두를 책의 제목을 인용하고 있고, 간단한 소개와 평을 통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나름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춘 소설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2022년 10월,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한 원작소설이다. 한스 카노사 감독이 연출했는데,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못한 듯하다.

 

미국의 북동부의 가상으로 설정한 앨리스 아일랜드라고 하는 작은 섬은 여름철에는 관광객들을 몰려드는 섬으로, 그곳에서 ‘에이제이 피크리’라고 하는 중년 남자가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 에이제이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술에 의존하며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간다. 장사가 되지 않는 서점과 까칠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에이제이는 의도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피하며 살아간다. 아밀리아는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에이제이에게 여름철 추천 책을 알려주려 전화를 하지만 까칠한 에이제이는 단 칼에 거절하고 만다. 이 둘의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날 뜻밖의 일이 발생하는데, 서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아이가 남겨진다. 서점에서 잘 키워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아이의 이름은 ‘마야’라고 한다는 간단한 편지를 남기고, 아이의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에이제이는 경찰 서장인 램비에이스를 찾아가서 이민국을 통해서 아이를 보내려 하지만, 결국 마야를 입양하게 된다. 그리고 에이제이는 마야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연인, 아밀리아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서점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주인공 ‘에이제이 피크리’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까칠하고 냉소적으로 변하고,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특히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문학적 취향이나 기준은 엄격한 편이지만, 마야를 키우며,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감정을 나누는 법을 스스로 알아가면서 배우게 된다. 이 소설의 가치를 잠깐 언급을 하면, 그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의 딸, ‘마야’는 서점에 버려진 여자 아이로 에이제이의 삶에 전환점을 갖게 해 준 존재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에이제이 덕분에 책을 좋아하면서 성격이 밝고 주체적인 인격체로써 성장한다. 마야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착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아밀리아 로먼스’는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에이제이에게 전화로 이번 여름철 추천 책을 알려 주려 하지만, 까칠하고 무례한 에이제이에게 거절을 당하지만 둘의 인연이 이렇게 시작된다. 똑 부러지는 성격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현실적인 시선을 가진 인물로, 에이제이의 구애 속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에이제이의 폐쇄적이고 고립된 삶을 바깥으로의 세상으로 내보내는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하는 매개체적 존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램비에이스는 섬에 있는 경찰서의 서장으로 에이제이가 아끼던 책의 도난 사건과 서점 문 앞에 마야를 보고 신고하면서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인물이다. 특히, 에이제이가 마야의 양육을 돕기 시작하면서 에이제이의 서점에 들러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동료 경찰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하면서 책에 진심이 되어 버린다.

 

‘섬에 있는 서점’은 주인공들이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애착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생소한 책들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볼 만한 책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들이라 조금은 아쉬움이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각 장마다 에이제이가 소개하고 있는 단편소설들을 평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심리와 삶의 국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삶이 문학 소설처럼 정제되지 않겠지만, 책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보여준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앨리스 아일랜드라는 섬이 주는 의미는 주인공 에이제이의 내면의 상태와 고립이라는 상황이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내륙과의 단절된 공간이라는 상황이 아내의 죽음 이후의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에이제이의 삶을 은유적으로 섬이라는 상황을 만들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서점이라는 공간은 에이제이에게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자신이 만든 세계관을 표현하는 응축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 가는 인물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진행하는 구성을 따르고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분리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에이제이의 냉소적이고 고립되어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번째는 마야가 등장하면서 육아를 통해 책임감이, 그리고 세 번째는 아밀리아를 만나 사랑을 키우고 공동체와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제이가 암으로부터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결국 죽음으로 세상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대해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각 장에서 단편소설의 인용을 토대로 읽는 체험적 경험을 읽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의미를 갖게 만들게 된다.

 

이 소설 속에는 서점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책들은 단순하게 장식물로써 기능을 한다기보다는 책을 통해서 삶을 해석해 가는 도구로 여겨진다. 에이제이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책과 작가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낸다. 특히, 출판사 영업사원이었던 아밀리아와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 속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자신의 심리 또는 상황을 적절하게 책을 인용하면서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야는 서점에서 자라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격을 형성해 가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는 에이제이가 딸인 마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마야에게 마지막 유산을 독서 목록과 편지를 남기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섬에 있는 서점’은 책이 인생 자체를 바꿔줄 수는 없겠지만, 인생을 견딜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이제이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상실에서의 비극적 상황 전개를 과장되게 그리지 않고 있고, 점진적으로 극복해 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롤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때문에 행복은 잠정적이며,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삶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라는 명제를 조용히 제시하고 있다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이로 인해 감상적인 위로를 준다거나 교훈적 결말을 주고, 행복한 결말을 맺기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여운을 남긴다고 해야 할까. 애절하게 보내는 결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처절함이나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점잖은 결과를 맺고 있다.

 

섬에 있는 서점은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고 소설의 핵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응축적 의미로의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소설 초반에는 서점에 손님이 거의 없고, 활기가 사라진 공간이었다. 이는 아내를 잃고 세상과 단절된 에이제이의 내면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보면 된다. 문이 굳게 닫힌 서점은 상실 이후 스스로를 봉인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외 딴 섬이라는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서점은 사람들이 받은 상처를 스스로 숨기는 공간으로 상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서점에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서점은 책을 팔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머물면서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에이제이는 책을 매개로 타인과 접촉을 하게 되고, 관계를 맞으며 서점은 관계를 형성해 가는 디딤돌 역할로 확장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서점이 가지는 기능적인 점들을 비추어 볼 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의 변화된 모습을 연결시켜 보면 서점이 가지는 의미가 우리에게 어떻게 비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사라진 동네 서점과 전자책 중심으로 변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독서 환경도 세상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현실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더욱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예전에는 책을 사려면 동네 서점을 가야 했고, 그곳에서 다른 책을 볼 수 있었고, 또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책을 고르려고 한 시간씩 고민하다 보면 나이가 지긋이 있는 사장님이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그렇게 가끔씩 가던 서점은 단골이 되어 겨울에는 따뜻한 음료를 제공해 주던 모습과 여름에는 시원한 공간에 머물며, 미안한 마음에 책을 한 권씩 사다 읽었던 기억들, 가끔은 까칠하게 대해 주었지만, 다정하게 대해 주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 추억 속에 있던 동네 서점을 소환해 낸 것도 참으로 처음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즘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기보다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지 오래된 것이 씁쓸하고 아쉽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섬에 있는 서점’은 책과 서점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으로 읽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읽고 연결되며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상적인 문장

 

마야는 자신의 손을 에이제이의 손 위에 얹어 아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막는다. 아이는 눈으로 그림과 글 사이를 왔다 갔다 훑는다. 돌연 ‘빨강’이 빨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 이름이 마야라는 것을 알게 되듯, 에이제이 피크리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듯,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 아일랜드 서점임을 알게 되듯.

<섬에 있는 서점-제1부 : 이 세상 같은 기분> 내용 중에서

 

남자는 여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죠. 여자는 남자가 전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둘 다 세상에 완벽이란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죠

<섬에 있는 서점-제1부 : 캘러베러스 카운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 내용 중에서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은밀한 두려움이 우리를 고립시킨다. 하지만 고립이야말로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당신은 차를 몰고 길을 가리라. 그리고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그가 혹은 그녀가 거기에 있으리라. 당신은 사랑받을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결코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기에

<섬에 있는 서점-제1부 : 캘러베러스 카운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 내용 중에서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에이제이나 어밀리아 같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종이도 좋아해. 종이의 감촉, 뒷주머니에 든 책의 느낌도 좋고. 새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해.

<섬에 있는 서점-제2부 : 서적상>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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