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도 부조리를 자각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과 자유를 옹호하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카뮈의 에세이

by kimdirector· 2026. 1. 26. 08:01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과 침묵하는 세계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다룬다. 카뮈는 자살이나 종교적 도피를 부정하고, 부조리를 인정한 채 반항하며 살아가는 삶을 제시한다. 끝없는 형벌을 받는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을 자각함으로써 자유를 얻으며, 카뮈는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으로 상상해야 한다”라고 결론짓는다.



 

 

 

 

 

시지프 신화

Le mythe de Sisyphe, 1942

 

알베르 카뮈

역 김화영 · 민음사 · 2016.06.17 · 에세이

세계문학전집 343

 

2026.01.12 ~ 01.20 · 10시간 21분

 

 

 

 

 

오랜만에 알베르 카뮈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 즉 인간 존재의 의미를 알베르 카뮈의 사유적 사고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이라 기대를 갖고 읽게 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알베르 카뮈 작가의 읽은 책들은 대부분 소설이었지만,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개인적으로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알베르 카뮈의 사유적 사고가 담긴, 철학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쉽게 접근하기에는 난해한 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얘기하겠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라고 하면 편안하고 쉽게 읽히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어 온 터라 쉽고 편하게 읽으려 했지만, 좀더 깊은 사색을 하게 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으로 기억할 것 같다.

 

‘시지프 신화’는 한마디로 규정하기에는 조금은 어렵지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부조리’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얘기하면서 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인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의미는 갈망하는 인간의 이성과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 세계의 침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고 했다. 인간은 삶의 목적과 질서를 찾고자 하지만 세계는 그러한 요구에 무관심하며, 그 간극에 부조리가 생기고,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알베르 카뮈는 그런 부조리애 대한 대응으로 흔하게 떠올리는 자살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당시, 다른 저명한 작가 카프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얘기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책의 제목 ‘시지프 신화’가 담고 있는 얘기를 하자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에 얽힌 이야기를 책 속으로 소한하고 있는데, 시지프는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맞선 대가로 끝도 없이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시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알베르 카뮈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일을 하며 버티고, 성취를 이루려 애쓰지만 세상은 좀처럼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알베르 카뮈는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노동 자체의 가치보다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순간 산을 내려와야 하는 순간의 가치를 더욱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시지프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인식하게 되며, 더 이상 신들의 벌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소유하게 된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알베르 카뮈가 정의하는 부조리는 세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의미, 질서를 요구하는 인간의 의식과 갈망에 있고,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 세계의 침묵으로 발생하는 충돌로 인해 부조리가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삶의 본질적으로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좌절될 때 부조리가 드러난다는 점을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다. 또한, 알베르 카뮈가 부조리를 얘기하는 과정 속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삶이 살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철학의 유일하게 진지한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는 물리적 자살을 삶의 문제에 대한 도피로 보며 거부한다고 했다. 또한 종교의 초월적 의미, 절대적 진리에 의존하는 태도를 철학적 자살로 규정하고 있고, 현실의 부조리를 정직하게 직면하지 못한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를 제거하려 하지 말고 끝까지 의식한 채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의 해답은 의미 없음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지속적인 태도가 중요하고 절대적 자유가 없기에 오히려 현재에 완전히 소속된 자유와 결과가 아닌 삶 자체에 몰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삶은 희망이 아니라 의식적인 지속에 기반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시지프 신화’는 삶의 본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절망 속에서 출발하지만, 그 절망을 직시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가능성을 옹호하는 철학적인 선언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세상 사이에서 부조리가 발생한다고 하면서도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의미한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면 과연 인간의 삶은 계속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대중에게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삶에 객관적인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에도, 인간은 스스로의 의식과 태도를 통해 끝까지 살아갈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 사유적 사고를 제시하고 있고 비관이나, 허무주의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 세운 인간 중심의 윤리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시지프 신화’ 속에서 카프카의 소설, ‘심판’과 ‘변신’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부조리에 대한 견해를 달기도 했는데, 의미상 같은 부조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조리는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가 얘기하고 부조리와 카프카 소설 속에 있는 부조리가 연결되는 배경은 단순한 영향에 있다고 보기보다, 같은 시대적, 존재론적 조건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 방식에서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알베프 카뮈와 카프카가 얘기하고 있는 부조리는 생각하는 방식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이해하고 싶어 하며, 세계는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 규칙은 존재하지만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그들이 얘기하는 부조리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가 얘기하는 부조리는 이야기와 이미지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 ‘심판’에서는 왜 기소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재판은 진행된다는 점과, ‘변신’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아침에 눈을 떠보니 벌레로 바뀌어 있다는 점을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받는 소외감을 얘기하면서 인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음을 통해서 부조리는 체험되면서 체득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체험적 체득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부조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출구도 없고 구원받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서 희망적 암시는 있을 수 있어도 실현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며 카프카의 부조리는 열려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얘기한다.

 

반면에 알베르 카뮈가 얘기하는 부조리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 보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것이 부조리한 지, 따라서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증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 자신도 카프카를 부조리를 가장 순수하게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고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가 얘기하는 부조리는 인정하면서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살도, 추월도 아닌 반항하며 살아가리라는 윤리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부조리를 하나로 보게 되면, 의미를 요구하는 인간과 침묵하는 세계의 충돌, 합리적인 설명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과 이유 없이 작동하는 제도와 권력, 그리고 인간의 무력감과 고립이 주는 부조리는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지프 신화’가 담고 있는 부조리의 의미는 분명 쉽게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읽어 본 ‘시지프 신화’ 속에서 알베르 카뮈가 얘기하고자 하는 점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의 의미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결과 없는 노력은 실패가 아니라 인간 조건의 본질이라는 것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태도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시지프처럼 부조리를 인식하면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고,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인식의 방식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위를 산 꼭대기에 올리는 성공이 아니라, 바위를 산 꼭대기에 올리기 위한 과정을 스스로의 운명으로 자각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지프 신화’는 삶이 힘들고 부당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이 지킬 수 있는 태도와 존엄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문장

 

사유한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자신의 의식이 향하는 방향을 정해 주며 개개의 이미지가 특권적인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부조리의 추론> 내용 중에서

 

나의 추론은 추론을 유발시킨 자명함 자체에 충실하기를 원한다. 그 자명함이란 곧 부조리다. 욕망하는 정신과 실망만 안겨 주는 세계의 절연, 통일에의 향수, 지리멸렬의 우주 그리고 그 양자를 한데 비끄러매 놓는 모순이 바로 부조리다.

<시지프 신화-부조리의 추론> 내용 중에서

 

나는 부조리에서 세 가지 귀결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반항, 나의 자유 그리고 나의 열정이다. 오직 의식의 활동을 통해 나는 죽음으로의 초대였던 것을 삶의 법칙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자살을 거부한다. 살아가는 나날 동안 줄곧 끊이지 않고 따라다니며 둔탁하게 울리는 이 소리를 모르지 않는다.

<시지프 신화-부조리의 추론> 내용 중에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작품해설> 내용 중에서

 

현대의 지성은 허무주의의 병을 앓고 있다. 그 치유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병을 잊어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중세로, 원초적 심성으로, 소위 ‘자연스러운’ 삶으로, 종교로, 일련의 낡은 해결책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작품 해설> 내용 중에서

 

이 책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의 부정(否定)을 안고 살며 그것을 발전의 원칙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현대의 지성에 대해 이 책은 성실성과 믿음을 선언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책을 일종의 정리 작업으로, ‘좋은 허무주의’의 사전 정의로, 요컨대 하나의 서론으로 간주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시지프 신화-작품 해설>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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