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이호,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법의학자가 수천의 죽은자와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죽음을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인문 에세이

by kimdirector· 2026. 2. 9. 08:03
죽음을 외면하는 사회에서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통해 후회 없는 삶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곧 지금을 더 성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임을 말하고 있는 인문 에세이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웅진지식하우스 · 2024.12.23 · 인문학, 에세이

 

2026.01.28 ~ 01.30 · 4시간 48분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생각나는 책이 한 권이 있다. 22년 3월에 읽은 독일의 법의학자 ‘클라아스 부쉬만’이 쓴 ‘죽은 자가 말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의 결은 다르지만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사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기억을 하고 있는 책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소개하고 있는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점은 죽음으로 인해 살아 있는 자들에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점이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유난히 우리나라의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점, 그리고 사후관리에 대한 법의학자로써 겪어 온 이야기들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작가인 법의학자인 이호의 살아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법의학자가 되기 위한 서사도 볼 수 있었고, 서사 속애서 겪어야 했던 다양한 참사들을 대면하면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법의학자로써 쓴 이 책은 죽음을 감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 법의학자라는 직업적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죽음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록한 부분도 존재한다. 죽음에 대해서 누구보다 공평해야 하고 원인을 밝혀내고 죽음이 이르게 된 상황, 그리고 맥락을 분석하는 전문가적, 의학적 판단으로 죽음을 분석하고 있는 부분도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의학자는 죽은 사람의 말을 직접 듣지 않는다. 죽음 당시의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흔적들을 통해서 죽음을 밝혀내는 내용에서는 감상적이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고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딱딱하거나 무미건조함을 가질법한 법의학자적 태도가 전부일 줄 알았지만, 책 속에서의 이호 법의학자는 다분히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었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도 있다는 점이다. 죽음이 대해서 왜 이 시점에서 죽었는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는가, 삶의 어떤 선택과 조건이 죽음으로 귀결했는가 하는 점들을 통해 죽음에 대해서 결과를 만들고,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습에는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을 준 인재 사고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성수대교 붕괴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이태원 압사사건, 세월호 침몰사건과 같은 대형 인재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자신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내용들도 있었고, 그에 따른 사후관리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죽음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에게 죽음을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집요할 정도를 되묻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남은 감정은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느꼈다는 것보다는 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 속에 있는 무뎌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무뎌짐 속에서 우리는 해야 할 말들, 하지 못했던 말들,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쳐 온 관계들에, 소원해졌을 법한 마음을 현장에서 울부짖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것도 새롭게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호 법의학자는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 앞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장면들 속에서 등장하는 말들은 특별하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변명들이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그런 말들, 익숙하지만, 무뎌져 있던 말들에 공감을 하며 설득력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지금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서 분석적이거나 철학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점검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죽음보다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화두로 던지고 있다. 그리고, 특히, 죽음을 숨기고 회피하는 사회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을 직시할 때 오히려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인간관계와 시간의 의미가 선명해진다고 이호 법의학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남겨진 이들의 후회, 마처 하지 못한 말, 준비되지 않은 이별의 장면들을 통해서 알상의 무심함과 살아가는 의미를 미루는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즉, 책에서는 죽음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곧 삶을 정리하는 일이며, 이는 유언, 장례, 존엄사 같은 제도적 논의를 넘어 자기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점검해야 하는 행위임을 강조한다고 볼 때, 죽음을 통해서 삶을 가르치고 있는 책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이해할수록 현재의 삶은 더 단단해지고,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이유는 분명해진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살아 가는데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점과 인간관계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정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삶을 언젠가가 아닌 오늘로부터 이어진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라 삶의 밀도를 높이려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한계점 역시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죽음을 통해서 성찰하자는 내용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쉽게 생각되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누구나 개개인의 삶의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기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대형 악재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인재사고들에 대해서 문책을 하거나 수사를 정치적 목적에 두고 사건을 덮으려는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법의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고충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는 모습들도 담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개선되지 않는 점을 두고 비판적 시선도 있지만, 자신의 의견을 담담하게 충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장례 문화에 대해서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모든 죽음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장례 절차 진행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들며, 모든 죽음에는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으로 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전체적인 내용만 보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 법하다. 하지만 죽음을 유쾌하게 그리지 않지만, 가볍게 여기 지도 않는다. 법의학자로써 경험한 다양한 죽임을 목도하면서 느꼈을 법한 죽음을 자신의 목소리로 담담하고 진술하게 풀어가면서 쓴 책이다. 그 속에는 우리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이라는 부분, 살아가야 할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죽음에 대한 부조리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에 대한 억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예정된 죽음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처 대응하기 어려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이들에 대해서 법의학자로써의 소회를 나누고 공감을 하기도 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죽은 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살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알 수 있는 것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점을 이호 법의학자를 통해서 고찰되고 성찰되어야 한다면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상적인 문장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삶의 맨 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전의 뒷면처럼 언제든지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가장 가엾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어 주는 일> 내용 중에서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아주 작은 한 조각이라도> 내용 중에서

 

우리 사회는 새들을 위해 감나무의 감을 다 따지 않고 남겨두는 사회였다. 힘들게 일한 소를 위해 걷기를 택한 농부의 마음이 있던 사회였다. 우리는 이런 여유와 공감, 연대의식을 갖고 있었던 나라다. 그리고 분명 우리 안에는 아직도 그런 것들이 숨 쉬고 있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 내용 중에서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사망했는데 뭔가 이해되지 않고 미심쩍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제대로 이해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죽음의 진실을 자세히 밝혀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객관적 진실을 전하되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날, 유가족과 병원을 중재해줄 기관의 필요성을 절실이 느꼈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죽음에 이르는 크고 작은 일련의 점들>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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