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기사들의 경험과 변화를 통해 AI가 인간의 직업, 능력, 자존감, 그리고 ‘인간다움’의 기준을 어떻게 흔들고 재정의하는지를 탐구한다. AI를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실로 바라보며, 앞으로 우리 사회와 개인이 어떤 가치와 태도로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먼저 온 미래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동아시아 · 2025.06.26 · 인문학
2026.01.21 ~ 01.27 · 10시간 26분
장강명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날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2023년 3월이었으니 3년 정도 흘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AI가 가져올 우리 사회와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책으로 르포르타주 형식을 취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앞으로의 우리 사회와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나 기획물을 통해서 많이 회자되고 있고, 개인적으로 IT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인공지능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많이 이야기되고 있기에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다루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 있고 직접적으로 나에게 타격이 있지 않을까 씁쓸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고민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럴 것이 이 책은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던 해이고,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전체 5국 중에서 4국 만을 이기고 나머지 대국은 모두 져서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줬던 이야기를 기본 구성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 뒤로 바둑계의 변화된 모습과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로 인해서 변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모습과 앞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현실 속에서 예측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을 단순한 승부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바둑이라는 인간의 최고 수준의 지적 활동이 인공지능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재편되는 분기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장강명 작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 바둑계에서 실제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구체적이고 신랄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대국 이전까지의 바둑계는 기사들의 오랜 수련을 통해서 오는 감각과 직관력, 그리고 인간만의 가질 수 있는 창의성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고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대국 이후에는 인간 프로 기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정석과 상식이 무력화되었고, 나쁜 수로 여겨졌던 선택들이 알파고는 승리의 수로 증명해 내며, 인간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바둑계는 인간이 바둑의 최종 권위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또한, 바둑 기사들의 학습 방식 또한 변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사람이 중심이었던 바둑 공부에서 AI로부터 바둑을 배우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전에는 스승의 기보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풍토가 지배적이었고, 기사들의 대국을 두는 경험과 기사들의 이론과 감각에 의지해 왔다면, 대국 이후의 바둑 학습은 AI 분석 결과를 통해서 공부를 하고 한 수, 한 수 돌을 놓는 위치에 따라 승패 그래프롤 보며, 어떤 수가 좋은지 AI가 추천하는 수를 둔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많은 프로 기사들이 돌을 놓을 위치가 왜 좋은 수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AI가 좋다고 하니 둔다고 한다. 그냥 AI가 좋은 수를 선택하면 인간은 그냥 모두 외워서 응용한다는 식이다. 기존 방식은 바둑의 수 읽기를 이해하고 분석적이었다면, 이제는 그저 AI가 선택한 수가 좋다고 하니 이해하지 않아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후자가 맞는지는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현재의 바둑계는 그렇게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국 이전의 바둑계는 인간의 창의적 자기 주도적이었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독창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반면, 대국 이후에는 승리만을 위한 바둑을 두기 시작하며 AI가 추천해 준 수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외워서 인간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AI가 선택한 수들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즉, 새롭고 독창적인 수를 만드는 능력에서 AI가 판단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바둑계에서 프로 기사들의 정체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프로 기사들의 받고 있는 심리 변화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평생 바둑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AI보다 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나도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온 실력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프로 기사들도 적잖이 많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기사들일수록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았는데, AI 없이 경쟁이 불가능하고 AI를 모르면 도태된다는 압박감, 그리고 AI 없이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바둑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둑은 여전히 사람이 두고 있지만, 바둑판 위의 기준은 AI가 쥐고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바둑의 승부에도 많은 영향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전에는 인간과 인간의 지적 대결 속에서 프로기사들의 스타일과 철학의 충돌이었다면 이제는 AI를 누가 더 많이 잘 활용하고 AI가 추천해 주는 수를 실수 없이 둘 수 있느냐에 승패가 갈린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을 요약하면 인간은 여전히 바둑을 두기 위해 경기장에 있지만, 바둑판을 이끄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강명 작가는 바둑계를 AI 시대를 가장 먼저 살아본 사회의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 이유를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는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잃었다는 점과 AI가 분명하고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은 AI가 제시해 준 정답을 따라가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이미 우리는 바둑계를 통해서 목격했고, 앞으로도 그 목격은 다양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변호사, 작가, 의사,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바둑계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리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책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창의적 사고와 고유성에 대해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AI가 창의적인 영역으로 확대된다면 인간만이 가지고 여겼던 다양한 개념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은 새로움이 아닌 효율적인 조합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판단은 숙고하여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확률이 높은 쪽으로 선택된다는 것을 얘기하며, 인간이 가지는 직관은 AI가 제시해 준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 가능한 패턴으로 그 의존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즉 다시 얘기하면 인간만이 가지는 창의적 고유성에 따르는 판단과 결정에 대한 기준을 다시 묻게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에서는 AI가 알려지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잘하고 있다’는 점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전문성은 오랜 경험에서 나오고, 그 경험을 통해서 각자의 통찰과 직관으로 숙련된 노하우를 통해서 인정되어 왔다는 사실이 AI로 인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AI가 계산한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로 바뀌게 된다는 점을 말한다. 전문가의 말보다 알고리즘의 추천이 더 신뢰받게 되고 설명보다 결과에 따른 데이터 수치가 우선시 되며 강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에게서 기술로 판단한다로 이전된다고 말하고 있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학습하고 압도적인 수준으로 결과를 즉각적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AI를 이길 수 없기에 노력의 총량보다 도구 선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하게 생산성의 문제를 넘어서 교육, 직업윤리, 자기 계발의 의미 자체를 흔드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AI는 감정 없이 판단하고 있고, 같은 기준으로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책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든 상황을 수치와 확률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맥락, 예외, 인간적 사정은 어디에 적용하는가 라는 질문 속에서 AI가 만든 평면적인 기준이 오히려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지워버리거나 배제되지 않을까 하는 경고도 담겨 있다.
장강명 작가는 AI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얘기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AI 기술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접근 방식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효율적인 것을 우선할 수 있을 것인가. AI가 잘하는 것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AI에 대해서 선악의 존재가 아닌 인간 사회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에서 AI는 인간을 단순하게 대체하는 수단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판단 기준과 노력의 의미, 전문성의 권위를 바꾸는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제시함으로써 전문가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인간을 판단의 주체에서 시스템을 따르는 실행자로 이동시키며,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과 가치의 기준을 다시 묻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딱히,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판단의 주체, 판단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때로는 AI를 활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판단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참고 정도이지 100% 의존적이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 더욱 고도화되어 가는 AI를 보게 될 텐데 우리는 AI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터미네이터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스카이넷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의 절반 이상으로 절멸시키고 남아 있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과 전쟁을 하는 미래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상상을 해 보지만 영화 속의 이야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은 섬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상적인 문장
단순히 ‘위대한 작품을 쓴 주체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점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위대한 작품이 24시간 동안 288편 나왔다’라는 상황이 문제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24시간 동안 288대가 생산되어도 괜찮지만, 위대한 작품은 그렇게 나오면 안 될 것 같다.
<먼저 온 미래-1 먼저 온 미래> 내용 중에서
전투에서도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바둑 이론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프로기사가 된 지 27년이 넘었는데요, 그런 이론들이 깊이 내재된 사람이에요. 저는 30년 동안 두던 제 바둑을 바꾸는 길을 택했어요. 학생들한테도 AI 수법을 가르쳐요. 하지만 매일매일 이게 정말 내가 생각하는 바둑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와 비슷한 세대의 많은 프로기사가 바둑을 그만뒀습니다.
<먼저 온 미래-3 가장 중요한 문제> 조혜연 9단의 AI를 통해 바둑을 공부하는 가분을 말하는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