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다자이 오사무, ‘만년’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초기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으로, 청년기의 고독과 좌절,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 자기혐오와 자아 탐색을 자전적으로 그린 단편집

by kimdirector· 2026. 2. 23. 08:03
‘만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초기 단편들을 묶은 작품집으로, 청년 시절에 겪은 고독, 실패, 자기혐오,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자전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방황하며,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무너진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이후 '사양', '인간 실격'으로 이어지는 다자이 오사무 문학 세계의 중요한 주제의식과 정서를 담고 있는 단편집



 

 

 

만년

晩年, 1936

 

다자이 오사무

역 유숙자 · 민음사 · 2021.07.09 · 일본소설

세계문학전집 382

 

2026.02.09 ~ 02.13 · 9시간 51분

 

 

 

 

 

 

만년(晩年)은 다자이 오사무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당시 다자이 오사무의 나이는 27살이었고, 만년(晩年)이라는 제목은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허무주의적 세계관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강박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열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그리고 열다섯 편에는 자신의 인생이 이미 저물고 있다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청년 시절에 겪었던 고독, 실패, 자기혐오,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자전적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들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과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무너져 버린 자신 내면의 심리적 상태를 심도 있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만년(晩年)’은 전에 읽은 ‘사양’과 ‘인간실격’의 단초를 제공하는 단편집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적 세계관의 뚜렷한 주제의식과 정서를 담고 있어서 그의 초기 문학관을 알 수 있는 단편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조금은 난해한 단편들도 담겨 있지만,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린 단편들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두 15편의 단편 중에서 인상적인 단편들을 소개해 보고 싶다.

첫 번째 단편으로 수록된 ‘잎’은 부끄러움 많은 삶을 살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인간실격’과 연결되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적으로 중요한 정서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삶에 대한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드러내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역설적인 감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을 관찰자적 입장으로 바라보며 진행하고 있고, 그 고통에 대해서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자조적으로 기록된 자신의 고백에 가까운 단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단편인 ‘추억’은 아오모리의 대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의 유년 시절을 깊이 있게 다룬 단편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지주의 집안에서 살아가지만 병약한 어머니를 죽고, 어린 시절을 하녀들의 손에 자란 자신의 경험을 담고 있다. 새로 들어온 하녀와의 첫사랑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겪게 되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서술적으로 풀어낸 단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부터 자신은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회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 번째 단편으로 수록된 ‘어복기’는 깊은 산속 폭포 근처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가난한 소녀 ‘스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와는 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며 외롭게 자란 소녀로, 어느 날 폭포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되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스스로 폭포에 뛰어들어 물고기로 변해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심리적 상태를 은유적인 표현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 세계와의 단절된 삶에서 탈출하고픈 의지를 담고 있고, 단편 속 주인공인 스와를 통해서 자살을 하고픈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고 있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덟 번째 단편인 ‘어릿광대의 꽃’에서는 게이샤 출신의 여성, 다나베 시메코와 바다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시도하지만, 혼자 살아남게 된다는 자신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쓴 단편으로, 혼자 살아남게 된 죄의식과 상처를 담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작가인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직접 개입함으로써 단편 속 인물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플어내고 있다. 죽음을 바라고 시도한 동반 자살에서 혼자 살아남은 자신의 모순적 삶을 광대 꽃에 빗대어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짜인 삶을, 또는 슬픔을 감추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열두 번째 단편 ‘로마네스크’에서는 여러 단편과는 그 결이 다르게 진행되어 흥미롭게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은 세 명으로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로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또는 낭만적인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세 인물을 통해서 교차하며 진행된다. 세 인물은 허영과 자기기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유머스럽게, 조금은 과장되게 묘사되고 있어서 이야기의 결말에 궁금증을 가지고 읽었지만, 그 끝은 조금은 허무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인간의 욕망이나 꾸는 꿈은 덧없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조금은 인상적이고 흥미롭게 읽은 단편들을 간단하게 소개했지만, 나머지 단편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하고, 본가와의 불화로 인해 그에 따른 생활고를 겪기도 하며 살아가게 된다. 또한 약물중독, 자살 미수 폐결핵 등의 굴곡진 삶을 살아간 작가이다. ‘만년(晩年)’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아가면서 쓴 것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묶은 것이다. 아마도 이 ‘만년(晩年)’을 통해서 자기 구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출간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 ‘사양’ 그리고 ‘인간실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만년(晩年)’은 다자이 오사무의 내면의 세계를 담아 놓은 단편들의 묶음이다. 그 속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삶의 의미와 죽음, 그리고 그 어딘지 모를 어중간한 사이에서 자신의 흔들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있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자의식과 모순된 모습들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만년(晩年)’에 담겨 있는 단편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한 가지에 관통된다고 볼 수 있는데, “나는 세계 속에 속하지 못한다”는 감정이 그럴 것이다. 이런 부분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입해 보면 다자이 오사무가 얘기하고 있는 부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자이 오사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소외감에서 오는 고립과 고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외감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결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SNS를 통해서 모두가 연결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진짜 연결됨을 느끼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부분들에 모순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연결의 시대에 더 깊어지는 고독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외감과 겹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생각을 늘어놓아 본다. 이밖에도 다자이 오사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업, 취업의 압박 속에서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자기 현실 도피를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든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현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성취 중심의 교육 방식은 우리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입시와 스펙 쌓기의 몰입에만 정신을 팔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회의 현실은 ‘만년(晩年)’에서도 드러내고 있는 자아의식과 같은 존재감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인간 조건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만년(晩年)’은 90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결코 낯설지 않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쓰면서 그냥 읽고 지나치기보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나 스스로 개인적으로 어줍지 않게 지나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에게 보편적인 마음일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오늘도 가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인상적인 문장

 

나는 지고 있는 꽃잎이었다. 약간의 바람에도 파르르 떨었다. 타인으로부터 아무리 사소한 멸시를 받아도 죽을 듯이 괴로웠다.

<만년-추억>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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