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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모던타임즈' 미스터리지만 위트있는 진행 속에 생각보다 괜찮은 소설

kimdirector 2021. 5. 12. 08:54 

 

 

 

모던타임즈

モダンタイムス

 

저 이사카 코타로 / 역 김소영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05월 17일 / 일본소설

 

독서기간 : 2021.04.27 ~ 05.11

 

 

 

 


 

 

 

 

이 소설 《모던타임즈》에 대해서 그리고 '아사카 코타로'라는 작가를 본인은 모른다. 처음 듣는 작가이다. 오로지 책 커버만 보고 선택한 소설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조건 책커버 이미지만 보고 책을 선택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있으면, 그다음 소설은 자연스럽게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검색하게 되고, 찾아 읽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예 다시는 찾지 않는 책과 작가가 된다.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소설의 책 커버를 보면 위트가 느껴진다. 그럴 것이 토끼가 검은 정장 차림에 붉은색의 넥타이를 매고 한 손에는 스패너를 들고 있다. 대단한 그림실력은 아니지만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듯한 인상을 책 커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모던타임즈》는기대 반, 흥미반 식으로 읽게 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주인공인 ''와타나베'라는 한 남자의 어린 시절 수영시간에 겪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담임 선생님의 '용기를 내'라는 말를 듣고 난 후 20년이 지난 현재로 돌아오면서 장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마 기절된 상태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 기억났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의자에 묶여 있는 모습을, 그리고 낯선 남자가 자신을 깨우고, 우격다짐을 하며 뭔가를 말하라고 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뭔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의부증이 남다른 아내인 '가요코'와의 갈등 구도와 직장 동료이자 선배인 '고탄다'의 미스터리 한 상황이 복선을 이루며 전개되며, 스토리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위트있고 재미있는 흐름으로 전개되어 물흐르듯이 천천이 녹아 들어가게 된다. 스토리의 흐름이 빠르게 흐르지 않다보니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만도 한데, 이상하게 빠져든다. 또한, 두가지의 스토리 라인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혼선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정리되어 진행되다 보니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의부증이 남다른 아내인 '가요코'는 남편인 '와타나베'의 외도를 의심하며, 남편을 집에서 외도를 인정하고 외도한 여자를 밝히라며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 감시로 인해 외도를 인정함과 동시에 외도한 여자를 밝히게 된다. 외도한 여자는 남편의 직장 동료인 여자로, 한때 사랑까지 했었던 사이였지만, 휴가차 떠난 해외여행에서 일정보다 일찍 돌아와서 회사를 그만두고 갑작스럽게 결혼을 선언한다. 그리고 직장 동료의 미스터리 한 상황과 연관성을 의심하게 되고, 또다른 스토리는 직장 동료이자 선배인 '고탄다'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떠안게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료의 미스테리한 상황이 연출되며, '고탄다'가 퇴사를 하고 어떤 의미심장한 발언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료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모던타임즈》는 단순하게 보면 유머러스한 상황에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냥 흥미로운 스토리에 재미있는 요소인 흥밋거리를 충분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 하다 하여 전체 내용이 무겁거나 스릴이 넘치는 전개 방식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하는 것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일반적인 직장인을 통해서 작가는 예리하게 파고들었고, 그 예리함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과 싸우며 맞서는 일반 직장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직장인, 평범한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평범한 직장인에 과거사가 있고, 전직 특수요원이나 특공대 출신이라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허리우드에나 볼 법한 영화처럼 보일 수 있는 영웅담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토리의 뻔함, 식상함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소설 속 《모던타임즈》는 그런 식상함을 배제하고 일반인, 또는 직장인 콘셉트로 등장하는 것은 특별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 속에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주변인들로 인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나에게도 아니면 나 이외 누군가는 겪을 법한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의 미스터리 한 상황은 단순하지만 결코 누구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직장 동료였던 '고탄다'의 미궁 속 같은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며 보이지 않는 실체와 싸우게 된다. 그 과정 속에는 알 수 없는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함께한 동료는 알 수 없는 성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히게 되며, 자신의 직장 상사는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절친인 소설가 친구도 특정 사건을 파헤치며 소설을 준비하지만 죽게 된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힘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는 몇가지 사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과 거대한 시스템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존재하고, 진실일지 거짓일지 알 수 없는 정보들로 인해 소모되어 가는 모습 속에서 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주인공은 갈등하게 되지만, '와타나베'는 모든 진실과 마주했고, 마주한 진실 속에서 자신의 미약함을 느끼기도 한다.

 

《모던타임즈》는 일반적인 같은 류의 소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긴박함, 박진감, 긴장 고조, 스펙타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하게 보인다. 분명히 뭔가 일어나고 있지만, 결코 느낄 수 없는 긴박함이 오히려 차분함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작가만의 성향으로 인해 전체적인 스토리의 유연함을, 문체에서 느낄 수 있는 차분함이 독특하다고 해야 할지, 특징적이라면 작가 특유의 여유로움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편이 나을 듯하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다시 정리하자면, 《모던타임즈》는 잔인하면서도 무거울 법한 부분에서도 작가의 섬세함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유쾌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금은 무겁지만 가볍게 진행한다는 점이 조금은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가끔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읽은 것도 나름 재미있는 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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