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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구토' 일상 속에서 겪게되는 진실성과 진정성이 결여되어 일으키는 구토증의 해석

kimdirector 2021. 5. 21. 14:56 

 

 

 

 

구토

La nausee

 

저 장 폴 사르트르 / 역 임호경 / 문예출판사 / 2020.12.31 / 프랑스소설

 

독서기간 : 2021.05.11 ~ 05.20

 

 

 

 


 

 

 

 

지금까지 어렵다고 하는 인문학 책을 아주 조금 읽은 편이다. 하지만 어려운 건 맞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책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분명 뭔가를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질 듯 하지만 책에 깊이 있게 빠져 들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독서를 멈추고 책에 대해서 알아보고 출판사 서평, 책 소개 등을 나름대로 꼼꼼히 챙겨 보았다. 독서 중에 처음 겪는 일인 듯하다.

 

'장 폴 사르트르'라는 인물은 우리가 흔히 많이 알고 있는, 한 번쯤은 들어본 작가라고 생각한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이며, 철학자로도 유명세를 떨치던 인물이다. 또한, 정치 참여적인 문학과 철학 작품들로 유명하다. 철학서뿐만 아니라, 소설, 연극, 영화 시나리오, 문학비평, 정치평론 등 다양한 글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구토》는 '장 폴 사르트르'의 첫 번째 소설이며, 자신의 최고의 작품들 중에 하나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소설의 제목인 《구토》라는 의미는 주인공인 '앙투안 루캉탕'은 작은 마을의 해안에서 돌을 줍다가 구토증을 보인다. 구토증을 일으킨 이유를 찾기 위해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유가 정말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남다른 상상력에서 비롯되어 쓴 소설이라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조금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 소설은 단순하다. 그냥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일기를 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기 속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 자신의 주변 풍경,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카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들, 길거리를 걸으며 주인공 주변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 이미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안니'와의 대화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어서 마치 내가 주인공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위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작가의 의도대로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날짜별로, 요일별로, 때로는 시간별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고, 주인공인 '앙투안 루캉탕'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많다. 그리고, 일기 형식이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은 하루 또는 시간대에 따라 구성되는 이야기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 전환이나 큰 변곡점 없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 지루함이나 심심함을 느낄 수 있고, 그냥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내가 의아해했던 부분인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작가의 의도를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읽는 내내 다시금 되새김질을 해 보아도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이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듯한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소설은 그냥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 소설이 주는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열심히 찾아보고 기록해야 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구토》는 난해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순한 구토증을 유발하는 이유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진실성과 진정성이 결여되는데서 오는 피로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피로감들로 인해 느껴지는 현대인들의 무기력감, 무의미함으로 인해 작가는 구토를 느낀다는 표현을 객관적인 시각이 아닌 오로지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적 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이미 헤어진 전 여자 친구인 '안니'와의 오랜만의 재회 부분이 아닐까 싶다.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오랫동안의 대화 속에서 서로의 의미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간다.

 

그런 점에서 잠깐만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쉽게 써 내려갔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작가적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독서가들에게는 좀 더 쉽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감히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장 폴 사르트르'라는 작가는 너무나 유명하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실존주의적 철학자이기도 하다. 작가적 시점에서는 독창적인 소재를 가장 작가스럽게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읽는 이들에게는 결국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분명 다른 소설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구토》는 어렵고 난해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숨은 그림 찾기 식으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하고픈 소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켠으로 밀어내기에는 작가의 명성에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된다. 좋은 책은 많지만 나쁜 책은 없다는 생각이 내 지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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