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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매혹적인 판타지 속에 삶의 지혜를?

kimdirector 2018. 11. 20. 16:18 

 

 

 

 

 

 

 

하울의 움직이는 성

Howl's Moving Castle, 2004

 

애니메이션, 모험, 로멘스, 판타지 / 일본 / 119분 / 2014.12.04(kor)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매혹적인 판타지 속에 삶의 지혜를?

 

소피(바이쇼 치에코)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상점에서 쉴 새 없이 일하는 18세 소녀. 그녀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황야의 마녀(미와 아키히로)’의 저주에 걸려 90세의 노파로 변한다. 소피는 수수께끼의 꽃미남 마법사 하울(기무라 타쿠야)의 보금자리인 움직이는 마법의 성으로 들어가고 그 곳에서 자신과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다시 소녀로 되돌려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는다.

 

 

 

 

2001년 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상향으로서의 대자연과 창공을 나는 비행의 이미지, 친환경과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락없는 ‘미야자키표 영화’이다. 여기에 온갖 잡동사니를 부착하고 굴뚝의 연기를 내뿜으며 걸어 다니는 거대한 성(城)이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다가온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눈부신 꽃미남 하울은 일본의 톱스타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적인 목소리 연기로 특히, 여성관객들을 즐겁게 하며, 악동같은 캐릭터인 불꽃악마 캘시퍼, 의뭉스러운 ‘애 어른’ 마르클, 만사가 귀찮은 늙은 개 ‘힌’ 등 개성 있는 캐릭터가 저마다 제 역할을 한다. 위압적인 자태의 황야의 마녀가 대마법사 설리만의 덫에 걸려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이 되는 대목에서는 유쾌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매혹적 판타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구석도 있다. 이야기가 중구난방식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반전의 메시지는 미야자키 영화의 진부한 클리셰(cliche. 틀에 박힌 장치)처럼 보인다. 영화의 종반부에서 대마법사 설리만이 “이제 이 어리석은 전쟁을 끝낼 때가 되었군”이라며 종전(終戰)을 선언할 때, 그렇다면 이 전쟁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오히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며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부분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미야자키 하야오가 깨달았을 법한 삶의 지혜들이다. 소피는 영화의 분위기와 마음의 상태에 따라 30대가 되기도 하고, 50대, 90대가 되기도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피의 모습에 의아함을 가질 만하지만, “인간은 원래 마음가짐에 따라 90살의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50세의 아줌마가 되기도 한다”는 도인(道人) 미야자키의 말을 생각한다면 고희를 앞 둔 노작가의 인생철학을 덤으로 엿듣는 것 같아 흐뭇하다...

ⓒn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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