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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애니에 대해서

[이노센스] 아니메, 궁극의 철학

kimdirector 2018. 11. 20. 16:32 




이노센스

イノセンス, Innocence: Ghost In The Shell, 2004


SF  일본  99분  2004 .10.08 개봉

감독 : 오시이 마모루



아니메, 궁극의 철학

테러를 막는 정부 직속기관 공안 9과의 형사 버트는 대부분의 신체를 기계화 한 사이보그. 그가 인간이라는 증거는 뇌의 일부분과 3년 전 자신의 파트너였으나 실종된 쿠사나기에 대한 기억 뿐이다. 버트는 최근에 파트너가 된 토그사와 함께 각종 사이버 테러와 통제를 벗어난 로봇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어느날, 섹스 전용으로 프로그래밍 된 가이노이드(소녀형 로봇)가 이상을 일으키며, 인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버트와 토그사는 이 로봇을 만들어낸 제조업체 로커스 솔루스의 내력을 조사하던 중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서기 2029년을 배경으로 인간의 무의식에 비견되는 고스트 더빙의 충격을 던졌던 <공각기동대>(1995). 영화적 시간으로는 3년 후인 2032년, 현실적 시간으로는 9년이 지난 2004년 오시이 마모루는 다시 한번 자신 만의 철학세계를 2D와 3D가 절묘하게 혼합된 가상 공간,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마치 현실이 될 것 같은 공간에서 펼쳐낸다. <이노센스>는 마치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온 수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체계를 셀룰로이드와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형성된 재현 세계의 여러 화자들을 통해 구술 정리한 한 권의 책과도 같다.




<공각기동대>가 현대 사이버 펑크 장르의 실사 및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만큼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노센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전편이 쿠사나기로 대변되는 사이보그를 통해 존재론적 의문에 관한 스스로의 출구를 찾아나간 반면, 속편 격인 <이노센스>는 고전 자유주의 사상가인 밀턴, 존재론자인 데카르트, 잠언록, 공자 사상 등을 인용하며 보다 더 폭 넓고 구체적인 철학적 공간을 구축한다. 다소 이해 불가할 정도의 수 많은 작품 속 인용구들은 2D와 3D의 ‘부조화 속 조화’처럼 자연스러운 듯 그렇지 않은 듯 <이노센스>의 ‘명백한’ 사유 체계를 형성해낸다.





아니메의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적 취향을 넘어선 <이노센스>는 인간의 테크놀러지에 의해 탄생된 셀룰로이드 위의 결과 속에서 오히려 창조자인 인간의 본질에 대해 반문하는 궁극의 철학을 선보인다. 그래서 관객들은 지금까지 경험치 못한 최상의 애니메이션 이미지 위에 자신의 무의식을 미끄러트리고, 오시이 마모루가 제공하는 철학 세계 속에서 주체에 대한 본질을 발견해내야 한다.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의 현실적 공백인 9년의 세월 속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관객들은 속편의 복잡다단한 사유체계에 당혹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공각기동대>, <인랑> 등의 장편 아니메를 포함 국내에도 소개된 <공각기동대> TV 시리즈에 친숙한 이들이라면 2029년과 2032년 사이의 간극을 무사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오시이 마모루가 <이노센스>를 통해 J. 밀턴의 저서「아레오파지티카」의 대명제인 '사상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free and open market place of ideas)’을 명확히 실천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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