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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한국문학 최고의 유산, 박완서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손보고, 다듬고, 매만진 아름다운 유작

kimdirector 2022. 8. 1. 08:03 

 

 

 

나목

저 박완서 / 세계사 / 2012.01.22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7.22 ~ 07.28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알아가는 단계에서 ‘나목’을 접하게 되었다. 벌써 다섯 번째 소설이지만 왠지 낮설움은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다. 이전에 읽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리고 후속작으로 ‘그 산은 정말 가기 있었을까’라는 두 작품 속에서 느껴졌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껴졌달까.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그 산은 정말 가기 있었을까’ 속에서 주인공인 경아가 다니는 직장이라고 하는 PX에서 환쟁이들이 초상화를 그릴 수 있게 영업을 하는 여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목’에서는 그렇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서울이 수복된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PX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환쟁이들을 돕는 역으로 등장하는 경아의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PX에 새로운 화가인 옥희도를 만나고, 그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경아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태수라는 인물로 PX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남자로 경아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남자이기도 한 남자 주인공이다. 이렇게 여자 주인공인 경아와 그를 사랑하는 두 남자인 옥희도와 태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경아는 어머니와의 갈등을 하는 듯한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어딘지 모르는 폭격으로 한 번에 두 명의 오빠가 모두 죽고 난 뒤부터 어머니는 경아에게 자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모녀 사이에는 데면데면하는 사이로 한 집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암묵적인 갈등 속에서 한 집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에 경아는 자신으로 인해 모두 잃은 두 오빠로 인해 어머니도 자신도 스스로에게 자책하며 살아 가지만, 암묵적인 갈등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그렇게 서로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불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지만, 결국 어머니는 극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그것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죽었다는 생각이 경아는 괴로워 하지만, 죽은 어머니의 상을 치르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가족의 비애를 다루는 내용은 그리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 들어온 화가 옥희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하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경아를 바라보며 사랑하게 되는 태수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하지만,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하지만, 옥희도는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진정한 화가가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 여러 장면에서 드러내지만, 삶의 궁핍이 주는 생활고 속에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PX에 나오게 된다. 그 속에서 옥희도는 경아를 사랑하게 되지만, 경아의 어머니가 죽음으로써 관계가 소원해진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PX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태수와의 이야기도 이어가며 삼각관계를 형성해 가지만, 경아는 태수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전쟁이 주는 참혹한 실상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황량한 거리, 부서진 가옥들에 대한 경아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서울이 수복된 이후의 서울의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의 서울은 전쟁으로 인한 가난으로 인한 고달프고 애달픈 삶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그렇게 주인공의 전시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옥희도 씨를 통해서 그리고, PX의 환쟁이들을 통해서, 그리고 주변 인물들 속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든 먹어야 할고, 살아야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서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목’은 옥희도가 그린 그림으로 나목은 말라 죽은 나무를 뜻하지만,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꽃을 피우는 나무를 말하기도 한다. 나목은 소설 속에서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옥희도와 경아의 사랑은 결국 이어질 수 없는 사이로, 전시상황으로 황량함만이 남아 있다는 표현으로 나목을 경아에게 보여줌으로써 서로에게 다가 올봄을 위해 살아가자는 뜻이 있다. 이는 경아는 나목을 보면서 고목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의미는 아무런 감정도 목적 없이 살며 고통받는 경아에게 희망을 가지고 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경아는 고목으로 오해하면서 암울하고 미래가 없어 보이는 전시상황이라는 것, 옥희도는 나목을 통해서 희망의 메시지를 경아에게 던지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박완서라는 소설가를 세상에 나오게 한 작품으로 첫 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 속에서도 들어 났듯이 박완서의 소설들은 인물들간의 심리적인 묘사들과 배경이 주는 상황적 묘사들이 밀도 있게 잘 버무려져 작가 자신만의 소설을 완성하기 시작한 단초를 제공하는 소설로써 빈틈없는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녹아 낸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경아라는 인물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 환경의 의미와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 이야기는 절대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함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박완서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렇게 소설 속의 이야기들을 거짓됨이 없이, 담담하고 소박하게 할 줄 아는 이야기꾼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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