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딪쳐 보는 것,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퍼시벌 에버렛, '제임스' '허클베리 핀'을 완벽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인종적 우월주의의 부조리를 묘사하고 가족과 자유를 찾는 여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작품

by kimdirector 2025. 12. 1. 08:07
마크 트웨인의 고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흑인 노예 짐(Jim)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소설로, 기존 작품이 지니고 있던 인종적 사고의 한계와 시각의 편향을 정면으로 비튼다. 흑인 노예 짐을 지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적 인물로 그리며, 그를 통해서 미국 사회의 인종적 위계와 문학적 전통의 한계를 비판하는 작품

 

 

 

 

 

 

 

제임스

James

 

퍼시벌 에버렛

역 송혜리 · 문학동네 · 2025.09.04 · 영미소설

 

2025.11.20 ~ 11.26 · 9시간 27분

 

 

 

 

 

‘제임스’는 완전히 호기심에 의해 읽게 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흑인 노예 ‘짐(jim)’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소설이다. 어렸을 때, 읽고, 애니메이션으로 본 기억이 있고, 기억 속에는 흑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그 인물이 ‘짐(Jim)’이라는 사실과 노예였다는 점은 분명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본 기억으로 노예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클과 톰의 모험담을 그린 소설로 어린 시절에 꽤 인기 있는 소설이고,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아이들에게는 좋은 소설,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어 본 기억으로 모두 친구로 등장했다는 기억만 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쉽게 얘기하면 흥미를 끌기에 아주 좋은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리 간단한 소설은 아니다. 흑인 노예 짐의 모험을 그리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 노예로부터 탈출하는 목적과 헤어진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진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즉 다시 말하면 이 소설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라 핀의 모험'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출간 당시의 시대를 보면 1884년으로 당시의 미국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이 소설의 주 무대가 되고 있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유역이라는 점과 남부는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적 사회구조를 안고 있는 시기였고, 미국 사회의 도덕적, 인종 문제를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시각적 왜곡과 편향된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받을 법한 내용들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부분들을 ‘제임스’라는 소설을 통해 현대적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고쳐 썼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주인공이 허클베리 핀이 아닌 짐(jim)이라는 흑인 노예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 의미를 다시 새긴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을 법하다고 볼 수 있겠다.

 

짐(Jim)과 허크의 관계 역시, 그냥 도덕적이거나 순수한 관계의 모험이 아닌, 두 사람 사이에는 정에 이끌려서라기보다는 서로 의존적이면서도 불신이 뒤섞이기도 한다. 원작 소설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허크는 아버지로부터 받는 폭력으로 인해 집에서 도망쳐 세상으로의 모험을 그린 소설로 그려지는데, 이 소설 ‘제임스’도 같은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다만 허크의 시선이 아닌 흑인 노예 ‘짐’의 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허크(허클베리 핀)는 선한 인물로 인종적 편견과 그로 인한 구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며 머물러 있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짐(Jim)과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서로에게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지닌 인물로 진중함과 함께 내적 갈등을 겪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짐(Jim)을 노예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친구로서 존중하는 마음과 상호 의존적이며 보완적인 태도를 안고 있지만, 흑인 노예인 짐(Jim)을 이해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짐(Jim)은 20대 후반의 남자로 결혼을 했고, 어린아이도 키우며 백인인 허크를 주인님으로 인식하려 허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오랜 세월의 가르침 때문이다. 짐(Jim)은 백인에게는 순종적인 말투와 태도를 보여주지만, 흑인 공동체 안에서는 지능적이며 똑똑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보여준다. 흑인 노예는 백인의 말을 하면 안 되고, 똑바로 쳐다봐도 안되고, 글을 읽거나 쓰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도 짐(Jim)의 말투는 어눌하고 어린아이들이 언어를 배우기 전에 하는 말처럼 대화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처음에는 짐(Jim)이 나이 어린아이로 등장하나 싶었고,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읽고는 이해되지 않아서 두 번 정도는 뒤새김질을 하며 읽었던 듯하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어눌한 대화법은 사라지고 본연의 모습, 즉 백인에게 순종적인 말투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써 백인과 동등하게 대화를 하려 한다. 당시 시대상에서 볼 수 있듯이 흑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사용해야 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언어의 이중성은 단순한 서술적 장치가 아닌 억압된 사회 속에서 강요한 위계질서와 폭력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증언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또한, 짐은 도망자적인 입장에서 백인들과 마주할 때는 순종적인 태도와 어눌한 말을 함으로써 단순하게 자유를 찾는 노예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내면에 갇혀 있던 목소리를 되찾아 가며 지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소설 속에서 느끼게 된다.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느낄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를 말하면서 자유를 억압하는 시스템이 어떻게 유지하고 있었는지, 그 사회에 소속된 인간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묵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작 소설을 비판하고 있거나 비난하고 있지 않으면서 원작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빈 공간을 찾아 채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이 결말로 이어질수록 짐(Jim)이라는 등장인물은 단순한 흑인 노예라는 틀을 벗어나,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존엄을 위해 나아가는 인간적 고뇌를 털어놓으며 짐(Jim)의 내적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게 되는데,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흑인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받을 고통과 절망을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만, 그 과정 속에서 느꼈을 고통과 절망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찾기 위한 투쟁으로서 의미를 확장한다. 극의 흐름을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배가 뒤집히는 과정에서 물에 빠진 흑인 친구와 허크 중에서 짐은 허크를 구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드러나는데, 짐의 입에서 듣게 되는 허크의 출생의 비밀, 나에게는 다소 의외였지만, 반전이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드라마들 중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살아가다 우연히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듯한 막장 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 의미에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야 말았다. 작가가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생의 비밀은 세계 공통 드라마 주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헤어졌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 되찾겠다고 하는 절박함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짐이라는 인물은 단지 도망치는 노예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누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 인간적인 목적을 소설의 전체를 통하는 핵심적인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짐은 자신이 곧 다른 농장으로 팔려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말은 곧 가족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짐은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홀로 도망을 하게 된다. 가족은 안전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만 간직한 채로 도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물 허크를 만나게 되는데, 허크는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에서였지만, 마을에서의 소문은 짐이 허크를 죽이고 도망을 했다는 기막힌 소문이 돌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도피를 하게 된 짐과 허크는 미시시피 강가에서 잠시 머물게 된다. 그리고 잠시 머물게 된 미시시피강에서의 여유는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게 되지만,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건너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도망의 여정은 시작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미국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두 가지 특징은 백인과 흑인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백인에게는 도망하는 노예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준다는 포스터 속에서, 그리고 노예는 백인들의 재산 중 하나에 불가하다는 점, 흑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돈을 주고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들을 당시 미국 사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허크 또한, 짐을 대하는 태도에 한 행동이나 말은 미국 백인들이 흑인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으로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짐은 자유라는 이름을 누리기 위해 나아가지만, 그 자유는 단순하게 도망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로 의미로 귀결되는 것이라 하겠다. 자신의 목소리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목소리를 동등한 존재로 봐야 한다는 것, 인간이 가지는 존엄성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설 속의 짐은 그런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 부분들로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당시의 시대상에서 짐이라는 인간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자신의 인간적인 존엄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서사적인 묘사로 풀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인 ‘퍼시벌 에버렛’은 단순하게 허크에서 짐으로의 관점이나 시점만 바꾼 것이 아니라, 원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가지는 의미보다 더욱 확장한 기존의 소설의 구조를 기존 원작 소설에 녹였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원작에서는 허크라는 백인 소년의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제임스’는 흑인 노예가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이제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렸을 때 읽었던 느낌과 이제는 어른이 되어 읽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제임스’를 통해서 나에게 잊혔던 고전 소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것들이 좋다. 현재의 것에서 과거의 것들을 불러 내는 것들. 과거에서 기억력을 회복하는 흐뭇함이 좋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과거를 희상하는 것들도 좋다. 과거 속에 잊혀 가는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낭만이라는 것이 그런 것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곧 읽을 날을 고대하며…

 

 

 

인상적인 문장

 

하느님은 없어, 얘들아. 종교는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하느님은 없어. 그들의 종교에서는 마침내 우리가 보상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보아하니 그들이 받을 처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더구나. 그래도 우리는 그들 주변에 있을 때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어야 해.

<제임스 1부 2장 : 흑인 노예들이 백인에게 잘 보이려면 해야 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장면> 내용 중에서

 

도망칠 때면 지형도 자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뱀이 우리의 급한 발걸음에 놀랐으며, 너무 놀란 나머지 공격도 못했을까? 우리는 얼마나 여러 번 발을 헛디뎌 추락할 뻔했으며, 다음 걸음이 매우 재빨라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뛰었는데도 그 어디도 새로운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도망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제임스 2부 7장 : 짐과 노먼이 제재소에서 백인을 피해 도망가는 처지에서>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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